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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비디오 증후군

200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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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비디오 증후군 [6.8]

잠잘때도 비디오…불러도 "모른척"

부모 지나친 조기교육 욕심
하루종일 교육용 비디오 보여줘
중독땐 시각자극에만 반응

3 ~ 4살 이전 지나친 비디오
두뇌발달 방해 정신장애 초래도


올해 만 두살난 영진이(가명) 어머니 이아무개(32)씨는 요
즘 아이에 대한 자신의 과욕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그는 영
진이가 첫돌이 되기 전부터 두살 터울인 형이 보는 영어와 한
글교육용 비디오테이프에 아이가 흥미를 갖는 것을 보고 영재
성을 키우기 위해 하루종일 학습 비디오를 틀어줬다.
영진이는 돌이 지나자 비디오를 틀어주지 않으며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집착했다. 이씨는 걱정했으나 아이가 영어 알파
벳과 간단한 단어를 정확히 기억하고 말하자 비디오테이프 학
습효과가 있다고 믿고 계속 보였줬다. 그러나 현재 영진이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처럼 의사소통은 물론 대소변도 가리지 못
했다. 또 고작 하는 말이란 `카(car) 등의 영어단어를 까닭없
이 중얼거릴 뿐 자동차놀이에만 빠져서 엄마, 아빠가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동네 병원에서 “자폐증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놀란 이씨 모자는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정
밀진단을 받은 결과 `유아 비디오 증후군"에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돌 이전부터 비
디오나 텔레비전을 오랫동안 시청한 아이는 비디오나 텔레비
전의 자극만을 즐기면서 점차 중독이 되고, 의사소통 장애와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자폐증과 비슷한 `유아 비디오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의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사춘기까지 발달이 이뤄지는데 특히
만 3~4살 시기의 뇌발달에는 부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과의 상
호작용이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만 4살
이전의 아이들은 주로 엄마 등 가장 자주 접촉하는 가족들을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주위 사람과의 관계가 아이
의 뇌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먼저 영진이 부모에게 한달 동안 비디오 시청을
끊게 한 뒤 심리발달 치료와 언어장애 치료를 하자 한달 뒤
아이의 표정이 살아났다. 또 두달 뒤에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사람을 쳐다보기 시작했으며, 석달 뒤에는 “엄마” “아빠”
라고 부르며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행동"을 보이는 등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요즘 소아정신과에는 이처럼 영유아 때부터 비디오나 텔레
비전을 너무 많이 봐서 언어 및 인지발달 장애에 걸린 비디오
증후군 환자가 부쩍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유선텔레비전의
보급으로 농촌지역에서도 장시간에 걸친 비디오나 텔레비전
시청으로 생긴 유아 비디오 증후군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유아 환자는 잠잘 때를 제외하고
온통 텔레비전에 매달리고, 심지어 일반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짱구는 못말려" 같은 인기 비디오물에 나오는 말만
구사한다. 또 하루종일 말을 않고 손가락을 빨다가 손톱이 빠
지는 아이도 있다.

특히 영유아기의 비디오·텔레비젼 중독의 위험성은 아이를
시각적 자극에만 반응하고 움직이는 틀로써 가둬 버리기 때문
에 가장 기초적인 지적·정서적 발달과 사회성 결여를 불러올
수 있으며 자랄수록 중독 가능성과 정도가 심해진다는 점이
다. 이 때문에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만 2살 이전의 아이에게
는 텔레비전과 비디오 시청을 금하고 있으며 부모와의 놀이시
간을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유아비디오증후군을 치료하려면 가장 먼저 아이들의 비디오
나 텔레비전 시청을 끊어 더 이상 편중된 외부자극을 막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다음 부모, 아이와 정밀한 상담과
관찰을 통해 아이에게 부족한 사회성을 위한 심리발달 치료와
언어장애 치료를 하는데 증상에 따라 6개월에서 일년 정도의
치료기간이 걸리기도 한다.

신 교수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비디오를 보여줌으로써 조
기교육의 효과를 얻거나 시간을 벌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
이라면서 “이 시기에는 여러 다양한 체험학습과 또래들과 어
울려 노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뇌발달에 더 바람직하다”
고 당부했다.


< 한겨레신문 2001. 6.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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